인터뷰:
인테리어 디자이너/작가 이유경
인테리어 디자이너/작가 이유경
인테리어용 벽지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분들은 실로 '장식적 페인터(Decorative Painter)’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D&D Bldg은 뉴욕 맨해튼의 979 3rd Ave에 위치한 건물이다. 한국으로 치면 동대문 시장 건물과도 같은 역할을 하지만 도떼기 장터 같은 느낌 보다 쇼룸이 모여있는 백화점 건물 같다. 1965년에 세워져서 올해로 59년째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면 이 건물을 한번쯤은 샅샅이 돌아다니게 되어있다. 클라이언트가 직접 볼 수 있는 Sconce Light 제품을 찾기위해 1층부터 18층까지 돌아다녔다. 코로나 이후로 공실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젠 더 이상 쇼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기 보다는 온라인으로 편히 시키는 것이 일반화 된 탓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한 후 RISD에서 실내건축(Interior Architecture)을 공부한 이유경입니다! 현재는 뉴욕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인턴(언제쯤 풀타임 주니어 디자이너가 될까요... 제발 ㅜㅜ) 입니다! 2월부터 7월까지는 H-Architecture(해안 건축)에서 한화문화재단의 Tribeca, New York Gallery 디자인을 보조했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한다고 하셨는데,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는 SoHo에 위치한 Wanta Architects PLLC에서 화·수·목 파트타임으로 high-end residential project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제 고용주이신 Stephen Wanta님은 80년대에 SoHo에 정착하셔서 Printed Matter 디자인에 당선되셨었고, New York Design Center의 라운지를 디자인하시는 등, 뉴욕에서 거의 40년째 건축가로서 인테리어 디자인과 건축을 병행하고 계십니다. 11월부터는 월요일 금요일마다 New Jersey의 Englewood Cliff에 위치한 Redwood Design Studio에서 레스토랑 프로젝트를 보조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에 손을 놓은 지 약 2~3년이 넘어가지만,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나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에 관련된 소식이라면 여전히 자주 챙겨보려 하고 있어요. 원래는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아티스트들과 많이 교류하는 것을 꿈꿨었는데, 일단 회사에서 제 몫을 못 하고 있는지라 남는 시간에 프로그램 공부, 포트폴리오 고치기, 그리고 자격증 공부 등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남는 시간에 전시를 많이 보러 다녔었네요 - 경제적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전시 후기도 상세하게 기록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좌측 : 2021년 당시 전시장 돌던 목록
우측: 2022년 당시 전시 관람 팸과 함께 : 리움 - 아마도예술공간 - Lehman Maupin - Pace Gallery Seoul - P21 돌았을 때
우측: 2022년 당시 전시 관람 팸과 함께 : 리움 - 아마도예술공간 - Lehman Maupin - Pace Gallery Seoul - P21 돌았을 때
유경 님께서 다루는 회화와 (실내)건축, 그 교집합에 관해 더 이야기해 주세요.
황재민 선생님이 써주셨던 2021년도의 제 개인 전시 “더듬어 볼 수 있을 법한 것들”의 서문에 “... 건축 평면의 구성 요소로써 회화가 포함되거나, 혹은 총체 예술의 구현을 위해 두 가지 다른 역사가 합되거나, …” 라는 말씀을 써주신 것이 있어요, 이 지점에 해당하는 예시들을 몇 가지 말씀드려 볼 수 있을 것 같고, ‘왜 도면을 제 회화 작업에 끌어오게 되었는지’와,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업무에서 발견하는 회화적인 요소들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제일 대표적으로 과거 De Stijl 내지는 절대주의 회화에서 보여지는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평면도로 들어와서나, 혹은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 사각형 방이 되고, 복도가 되고, 기둥이 되는 사례들이 왕왕 있었습니다. 게릿 리트벨트의 슈뢰더 하우스가 제일 그 영향이 두드러지고, 미스 반데어 로에의 Farnsworth House도 De Stijl의 언어가 그대로 반영되어있다고 합니다.1 2
<Gerrit Rietveld의 그림과 Shroeder House, 1924> 3
1 미스 반 데어 로에 오피스에서 근무하셨던 김종성 건축가님이 KAANY(뉴욕한인 건축사 협회)에서 강연하셨던 것을 제가 회고해 볼 때, 김종선 선생님께서 당시 1920년대에는 De Stijl 회화에서 도형을 규칙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가져다줄 거라는 믿음(?) 같은 것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건축 구조공학이 발달되어 있지 않았고, 상당히 주관적이고 실무를 통해 경험적으로 관측한 것들에 따라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2 Jong Soung Kimm, “Architecture of Mies van der Rohe and Its Relevance Today” (lecture, Korean Architect Association New York, hosted by KAANY, sponsored by BASO Lighting, New York, April 18, 2024).
3 "Image of Gerrit Rietveld and Shroeder House," Design Is Fine Blog, accessed October 22, 2024, https://www.design-is-fine.org/post/54034518589/gerrit-rietveld-schroeder-house-1924-the-heart.
한국은 식민지국이었던지라 모든 영역에서 서양 문물을 수입하잖아요. 건축과 미술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그렇다고 “너는 한국인인데 왜 피아노를 쳐? 한국의 전통 악기를 연주해야지!”라고 하는 말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지요. 그래서 ‘저의 관심사인 장소성을 다루면서 한국의 맥락을 드러낼 수 있는 추상화를 그려볼 수는 없을까?’와 같은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고색 추상’ 같은 시도보다는 미국 동부의 형식주의 서사를 한국의 입장에서 이어 가려고 했었요. 이게 저의 한계점이라면 한계점이 될 것 같습니다만, 제가 당시 떠올린 방법은 20세기 초 한국의 모더니스트 건축가들이 어떻게 평면을 구성했는지를 살펴보고, 그로부터 추상화를 추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추상 도형으로부터 도면을 만들어내는 순서가 아니라 도면에서부터 추상 도형을 뽑아내서 캔버스에 그려내는 방법론마저도 사실 Julie Mehretu가 이미 즐겨 쓰던 방식이었죠(좀비 포멀리즘). (1960~70년대 실험미술 시기 이후 한국의 기하 추상이 단색화로 이어진다는데4, 제가 다시 제대로 공부해야 할 것 같네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4 Kim Bogki. “기하추상 바로읽기 라운드 테이블,” Naver Blog, October 22, 2023. https://blog.naver.com/boggi04/223410982033.
여하튼 이게 간략하게 요약된, 제 회화 작업 안에 건축적 맥락을 끌어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실제 업무에서는 이와 같은 작업을 했던 것들이 바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좀 더 고려해야 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것들과 법규, 또는 Millwork Drawing Detail 등인데요. 테이핑을 해서 마른 물감을 뜯어내고 원하는 모양대로 깔끔하게 나오게 하는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그때 익힌 참을성과 craftmanship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도면을 그리는 일도 정말 인내심을 필요로 하니까요.
특히 인테리어 마감 재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회화 작업을 했었던 것이 많이 플러스가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제가 만든 인테리어 재질 무드보드가 실제 시공 단계에서 적용된 사례는 없지만, 예를 들어 김종수 건축가님(KAANY 한인 뉴욕 건축사 협회 멤버, Gensler Senior Designer)이 마감재 샘플을 늘어놓고 Satin 재질의 페인트가 공간의 한쪽 벽을 다 채우게 되었을 때 상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달랐고 2”x2” 사이즈의 샘플로는 결과물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말씀 하시더라고요. 저도 팔레뜨에 색상 스와치별로 물감을 미리 조색해 두고 A4사이즈의 실험용 드로잉에 그림을 그려도 그 시안을 150F호 캔버스로 옮겨갔을 때 느낌이 정말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회화에 있어서도, (실내)건축/인테리어에 있어서도 스케일의 문제는 항상 중요한 것 같아요.
<2021년에 유학을 가기 전에 한국에서 제작해 본 분류표, ‘Prime Color를 사용하였는지’와 ‘Orthographic/Perspective View’에 따른 도상 분류>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더링(투시도)이나 도면의 형식이 아닌 2D 이미지로 결과물이 귀결되는 것을 두고 건축적이라 호명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남습니다. 조각과 건축의 연관성은 즉각적으로 설득이 되면서도, 드로잉 내지는 회화와의 연관성을 남에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저 스스로도 들었습니다. 드로잉을 두고서는 그나마 제가 남들에게 건축과의 연관성을 설명하기가 쉽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CAD(Computer Aided Design)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제도판에 자를 대고서 종이 위에 연필을 하나하나 직선으로 끌어갔으니까요.5
5 Draw의 본 의미는 ‘끌다’
<Rosalind Krauss가 “Sculpture in the Expanded Field”라는 글을 1979년에 발표하고 2007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Retracing the Expanded Field”라는 이름의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2007년이면 Nicolas Bourriaud의 “Relational Art” 책이 나온 지 9년 정도 되었으며, 장소성 3기 미술(관계미술)의 한계점이 명확해진 시점이었다.>
이러한 고민들은 다행히도 저만 하고 있던 고민은 아니었습니다. 2007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이루어진 라운드테이블 두 번째 세션에서 Stan Allen이 ‘Sculpture in the Expanded Field’를 논했듯 ‘Architecture in the Expanded Field’를 논해보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제가 마주한 글 내용을 독자님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현재 저는 Stan Allen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이어가면서 인테리어 디자인 실무도 열심히 익히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건축, 그 두 영역도 마찬가지로 서로 겹치는 지점들이 있으면서도 다르다면 정말 다르기도 해서 - (실내)건축이라는 영역을 제가 확장시키는 활동을 잘해나가고 있는지 아리송한 순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성장하는 모습들 잘 지켜봐 주신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8
6 Spyros Papapetros and Julian Rose, eds., Retracing the Expanded Field (Cambridge, MA: MIT Press, 2014), 93~94pg.
7 "... And this leads me to another question, which I'd like to put on the table in an attempt to bring the discussion back to architecture: Is it possible to think through this problem of mapping, diagram, and notation and begin to suggest that the natural affiliation is not necessarily architecture and sculpture but perhaps architecture and other art practices, which would include photography and painting? In other words, the shared territory of architecture and sculpture is somehow space, material, and so on, whereas the shared territory of architecture and some of these other practices opens onto problems of media, problems of representation, problems of time, problems of notation... So I'll throw this out on the table as a possible way to revise the strict architecture-sculpture affiliation, and in an attempt to suggest other ways that architecture itself has functioned as an expanded field during the thirty years or so after Krauss's essay was published."
8 인테리어 디자인 - 실내 건축 - 건축; 이 세가지 중에서 ‘실내 건축’이라는 분야는 좀 정체성이 모호한 지점이 있지만, 각각 독립된 분야로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말씀드리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은데, 퇴근하고 나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툴을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 있어서 더 자세히 쓰기에는 제가 힘이 닿지를 않습니다. 앞으로 “1. 모더니즘 회화와 건축 / 2. 모더니즘 이전의 회화와 건축의 관계 양상 / 3. 현재 인테리어 디자인/건축에서 회화가 놓이고 다뤄지는 방식” 이 내용을 순서대로 제가 연재할 수필에 자연스럽게 녹여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 같습니다.
유경 님도 유학을 하셨고, 현재 미국에서 생존과 사투하고 계세요. 앞으로 <질투는 나의 힘>에 자세히 연재하실 거지만, 그에 관해 짧게 하실 말이 있을까요?
3~4년 전 코로나가 한참 심할 때 ‘유학을 가고 싶다’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유학을 준비했고, 그 심리는 정말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망과 사뭇 비슷했습니다. 과기대나 한예종에 들어가서 작업하고 차근차근히 네트워킹을 쌓고, 을지 로 근처에 작업실 잡아서 작업량을 축적한 다음, 서울문화재단 공모 따서 지원금으로 신생공간 등에 전시를 여는 방법도 있었으니까요. 다만 제가 자존감이 높은 편은 아니라서 “만약에 유학파들과 함께 협업을 하게 되는 일이 있다면, 자존심에 상처가 나거나 아무런 열등감 내지는 질투심을 느끼는 일이 없이 그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물어보았을 때 “그렇다”라고 쉬이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질문은 석사를 졸업 하고 나서도 반복되었습니다. 졸업 후에 미국인들 사회와 미국 내 한인 사회를 조금이나마 경험을 해보면서, 결국 학교의 이름은 아무것도 증명해 주지 못하고 회사의 이름과 연봉, 그리고 경력 연차가 나를 당당하게 해주는 것 같았어요. 물론 이것은 건강하지 못한 생각입니다. 그것을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에서 디자인일을 하며 남는 시간에 자기 작업을 하는 학생 비자 신분의 아티스트들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이처럼 남들을 보며 애를 타고 질투하는 성향이 저로 하여금 인턴을 세 번이나 하면서 까지 미국에 남도록 한것 같아요..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꼭지 글은 이와 같은 질투의 지옥에서 몸부림치면서 살아가고 있는 저에 대한 일지가 될 것 같습니다. 질투로 정신 건강을 연료 삼아 활활 태우고 나면 나름 이렇다 할만한 결과가 남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지속 가능한 성장 방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종교에 의지해서 이 지점을 좀 해결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신은 ‘질투하는 신’이잖아요, 이 사실을 잊지 않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대상을 신으로 다시 재조정했을 때 가질 수 있는 해방감이랄 것이 있어서 - 현대미술가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 성서(구시대적 가치)에 자발적으로 예속되기를 원한다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작업과는 별개로 젊은 작가로서 생존하는 법에 해서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먼저 저를 여전히 ‘젊은 작가’라고 호명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현재 동시대 회화/미술의 장르에 속하는 예술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고,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다른 예술 장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직 풀타임 주니어 디자이너(한국으로 치면 정규직에 가까운 개념)라는 타이틀을 얻어내지는 못했고, 인테리어 디자인 파트타임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 미술 작업은 꿈도 못 꾸고, 남는 시간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툴인 REVIT과 Vectorworks를 주로 공부하고 있어요. 현 저의 수입으로는 뉴욕에서 거의 뭔가를 사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벽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고, 점심에 도시락을 싸고, 그리고 저녁은 퇴근하고 집에서 먹습니다. 제가 사는 곳인 뉴저지의 West New York에서 뉴욕의 소호까지 출근하는데 약 70분 정도는 걸리는 것 같아요..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사무소까지는 대략 45분 정도 걸렸었는데.. 5시에 퇴근하고 나면 씻고 저녁 먹고 나서 디자인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나면 하루가 끝납니다….
저는 정말 막연하게나마 공간디자인 업역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여유가 조금이라도 난다면 동시대 회화/미술 작업을 병행하는 것을 꿈꿨었어요. 저의 롤모델은 대략 한국의 픽건설(Pic Constr.)의 김동희 작가님, 아디다스와 협업하셨던 김용관 작가님, 스튜디오 COM, 오아에이전시(OA Agency), 그리고 Our Labour 같은 케이스였는데 - 물론 그분들도 거의 10중 9 클라이언트가 존재하는 전시 디자인을 주로 하시지만요.. 물론 그게 곧 본인의 작업이기도 하구요.
미국에서 보통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전공을 불문하고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이라는 기간이 주어집니다. 1년 동안 학생비자(F-1) 신분으로, 합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본래 학생비자 신분의 외국인은 학교 캠퍼스 내에서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고, 그 바깥에서 음식점 서빙을 한다거나 혹은 Nanny로서 집안일을 하며 돈을 번다거나 하는 일은 불법입니다.
졸업생들 중 STEM 전공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을 공부한 학생들은 OPT 1년을 끝낸 후에 OPT 2년 동안 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조건이 더 까다로워 집니다. OPT 1년 동안은 Volunteer라는 이름으로 무급인턴을 해도 되고, 계약직 혹은 프리랜서도 가능합니다. 또한 디자인 전공인데 유치원 미술 선생님을 하고 있어도 이민국(USCIS)에 잘 설명하면 넘어갈 수 있어요.
그러나 2년 차인 STEM OPT 기간부터는 Volunteering/ Contract / Freelancer가 안 되고, 공식적으로 정부에 보고되는 사업장 인원수에 포함이되어야 합니다. 즉, 정규 일원으로서 고용을 하면 회사의 사업장 세금이 늘고, 회사와 연계된 보험 가입자 명단에 올라가야 해요. Minimum pay limit인 $16 per hour를 지켜야 하고, 일주일당 20시간씩은 꼭 일해야 합니다. 그리고 STEM OPT 2년 동안 이 회사에서 어떻게 학생 신분의 직원을 교육시킬 것인지에 대한 커리큘럼을 제공해야 해요.
막상 미국에서 취업을 해보려고 하니,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실력보다도 어쩌면 신분과 인맥이겠구나 싶더라고요. 저는 제 신분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의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는 아니라서, STEM OPT를 진행시켜 줄 회사를 찾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매일 5~10곳에 resume를 돌렸고, 뉴욕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모임이나 Alumni gathering은 시간 날 때마다 참석했던 것 같아요. 모임에서는 명함, 전화번호, 혹은 메신저 프로필이라도 주고받았고요.
8월달에 한국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저를 붙잡아주신 서지원 디자이너님(Charles & Co.), Aidan Han 디자이너님(Pembrooke & Ives.), 그리고 김용엽 디자이너님(Skldmore Owing & Merills)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뉴욕한인건축사 협회(Korean Architects Association of New York, 일명 KAANY)에 계신 7년 차 이상의 시니어 디자이너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도 감정적으로 의탁을 많이 했고.. 한국에서는 정말 ‘민족’이라는 개념을 혐오하고 싫어했으며, 학생운동을 할 때도 PD 계열의 집회에만 거의 참여했었던 것 같아요. (NL을 매우 싫어했어요) 하지만 어쩌면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는 게 오히려 허구이겠구나 싶습니다.
앞으로 미국에 더 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STEM OPT 기간이 끝난 후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지 잘은 모르겠지만, 미국의 Fair Fax Adorn Project처럼 High-end Residential 프로젝트에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끌어오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제 작업이 걸릴 Dining Room이나 Living Room을 디자인할 수 있다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Local Project나 2x4 Design 처럼 전시 디자인을 하거나 아니면 ICRAVE나 Avroko처럼 Hospitality를 깊게 해보고 싶기도 해요.
아직 제 회화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 레지던시에 들어간다거나 공모에 지원하는 일은 꿈같은 일이라서… 또는 김수자 작가님이나 서도호 작가님, 혹은 Katharina Grosse나 Olafur Eliasson Studio 같은 곳에서 어시로 일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이것도 꿈같은 일이네요…
가까운 미래의 이벤트나 진행 중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담론에 영감을 줄 수 있을 만한 작가님들을 KAANY(뉴욕 한인 건축사 협회) 이벤트에 초대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제가 섭외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이곳저곳에 인사드리러 다니는 것 좋아하고 스스로 붙임성 있다고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이벤트나 그런 건 전혀 없어요. 그저 바람만이 있습니다.
저도, 유경 님도 유학을 경험했는데, 유학이 좋은 작가를 양성하는가? 라는 질문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위 유학 자유화 세대 - 유학파 세대를 생각해 봅니다. -양혜규, 이불, 서도호-
유학이라는 티켓을 뽑지 않고 해외로 진출하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정말로 쉽지는 않지만, 기회가 되면 해외 레지던시를 지원해 보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잘 풀리면 윤소린 작가님처럼 스코히건(Skowhegan) 레지던시를 하거나, 류성실 정희민 작가님들처럼 두산갤러리를 타고 건너 Whitney ISP 레지던시를 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물론 유학을 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테크인것 같아요. 유학은 돈을 갖다 바치는 일이지만 이건 돈을 받고 가는 것이니까요. 물론 은근히 많은 해외 레지던시에서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3주 동안 단기로 있었던 Ox-Bow School of Art도 그러했요..
디자이너로서 해외에서 일한 경험과 디자인 전공으로 유학을 오는 것은요?
디자인은 자본과 너무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자본의 크기에 따라서 디자이너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옵션들이 달라지잖아요. 미국은 정말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땅도 넓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면 해볼수록 시행착오를 겪으며 디자이너의 실력이 느는 건데.. 한국에서는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게 한정적인 것 같아요. 삼우나 해안 같은 대기업은 말레이시아나 인도 등의 다른 곳에 Hospitality, Healthcare, Airport 등 정말 가지각색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닌 기업은 그런 것들을 해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Mass Studies의 조민석 건축가님이 Serpintine Pavilion 당선은 정말 역사적인 일이라 생각해요.. (조민석 건축가님의 파빌리온에서 안은미 작가님이랑 임근준 비평가님이 기뻐하며 방문하신 게 제일 귀여웠음 ㅋㅋㅋ) 물론 한국이라는 한정된 조건 안에서 좋은 디자인을 뽑아내는 것도 진짜 쉽지 않은 일이라… 자본이 풍부하고 땅이 넓고 클라이언트가 착하다고 해서 언제든 좋은 디자인이 나오라는 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시행착오를 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같아요.
순수미술 같은 경우에는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여 특정 주제의 전시(보통 동아시아 문화의 맥락에서?)아래서 한국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호명되는게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 막상 한국에서 순수미술 유학하고 오신 분들이 그냥 1세계 현대미술 담론 반복하는 거 보고 좀 재미없었던 적도 많고(한국도 이제는 1세계라지만), 그리고 뉴욕에서 공부하는 작가든 비평가든 아직도 60~70년대 (그것도 미국 동부만) 뉴욕 작가들에 아직도 향수가 있는 게 좀 신기했어요.. 학부생 때 지긋지긋하게 봐와서일까요, 저는 좀 새로운 게 보고 싶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아이고 저야말로 지면 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의 각주는 Chicago Citation 형식을 따랐습니다.
Bibliography
1 Kim Bokgi. “기하추상 바로읽기 라운드 테이블.” Naver Blog. October 22, 2023. https://blog.naver.com/boggi04/223410982033.
2 “Image of Gerrit Rietveld.” Design Is Fine Blog. Accessed October 22, 2024. https://www.design-is-fine.org/post/54034518589/gerrit-rietveld-schroeder-house-1924-the-heart.
3 “Schroeder House Image.” Design Is Fine Blog. Accessed October 22, 2024. https://www.design-is-fine.org/post/54034518589/gerrit-rietveld-schroeder-house-1924-the-heart.
4 Kimm, Jong Soung. “Architecture of Mies van der Rohe and Its Relevance Today.” Lecture, Korean Architect Association New York, hosted by KAANY, sponsored by BASO Lighting, New York, April 18, 2024.